[tube p=”Various Artists [언어 그 이상 Season 1]
미러볼뮤직, 레이블임이 서점 리스본과 손을 잡고 진행하는 [언어 그 이상]은, 뮤지션 본인의 인생책 또는 서점 리스본에서 추천하는 여러 권의 책 중에서 뮤지션이 1권을 선택. 그를 읽고 영감을 받아 싱글 앨범을 발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인디 출판사와 인디 뮤지션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인디 컬쳐 간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해 더 큰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함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처럼 활자에 기반을 두었던 이야기들이 음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기를 바랍니다.
Track1. 위아더나잇-매일매일
함병선 9z / Vocals
릴피쉬 Lil FISH / Synthesizers, Guitars
황성수 / Synthesizers, Bass
김보람 / Drums
Lyrics by 함병선 (9z)
Composed 함병선 (9z), Lil FISH
Arranged by WE ARE THE NIGHT
Recorded by WE ARE THE NIGHT
Mixed by 황성수
Mastered by 전훈 at SONICKOREA (Assist. 신수민)
Album Artwork 유지인(@mayinyou)
M/V 유지인(@mayinyou)
[위아더나잇 곡 소개]
‘시와 산책’. 책을 덮고 길을 나섰다. 골목길 어딘가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다. 거창하게도, 이 시대에 꿈꾸기 어려운 희망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가 살아갈, 살아낼 이유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포기하기 전까지는.
그래. 다시 길을 나서자
[정현주 작가 곡 소개]
혼자 멀리 걷던 봄밤이 있었습니다. 가장 긴 산책은 끝을 상상해보지 못한 사랑이 끝나려던 밤이었지요. 한 발 내딛고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또 한 발 내딛고는 두고두고 내 편일 줄 알았는데 원망했습니다. 몇 발 더는 이제는 지키지 못하게 된 약속들이 떠올랐고, 멀리 걸었을 땐 나를 생각했습니다. 바쁘다며 서둘러 끊던 전화, 일이 많다며 취소했던 약속, 마음 아파하던 그 사람에게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했던 시간들. 마침내 도달한 질문은 사랑을 지키려고 나는 왜 더 노력하지 않았던가였습니다. 울며 걷던 사람은 더 잘 사랑하려는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룻밤에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고 봄이라는 계절을 통째로 걸으며 보낸 뒤였습니다.
‘시와 산책’. 손 닿는 곳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열어보는 책입니다. 손길이 묻고 눈길이 스쳐 어느 새 낡아졌습니다만 소중합니다. 너른 풀밭 위를 매일 걸어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는 사람처럼 페이지마다 더하고 더한 밑줄이 꼭 내가 만든 마음 길 같습니다. 동네를 사랑하기 위해 걷는 사람. 소리 없이 걷는 고양이와 눈 인사를 하고 긴 산책을 마치고 나면 옥상에 올라가 불빛 하나마다 돌아 누운 사람의 굽은 등이나 잠든 사람의 순한 눈꺼풀을 상상하는 사람.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내 안을 향하는 눈길을 돌려 바깥을 보고 상상하는 마음의 필요.
작은 길 하나를 만들 만큼 많은 밑줄을 그었지만 처음 만든 파란 선을 가장 좋아합니다. ‘겨울을 겨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일에 대해 적었습니다. 당연해 보여도 우리는 대부분 봄의 마음으로 겨울을 봅니다. 춥고 비참한 계절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면서요. 그래봐야 겨울은 겨울의 시간이 끝내고야 떠납니다. 고통은 어땠던가요.
바로 어젯밤, 오래 전 홀로 헤매던 나를 닮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파요. 어쩌면 좋죠?”라고 묻길래 이 시간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물었습니다. 왜 아픈지, 무엇이 달라져야 할 지를 배워야 할, 사실은 쉽게 오지 않는 한 때인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곤 힘내라는 말 대신 “괜찮다면 연락해요. 같이 걸어요.”라고 했습니다. 걷다가 만나는 고양이의 사뿐한 꼬리가, 불빛이 희미한 창문 너무 인형을 안고 자는 꼬마에 대한 상상이, 겨울을 겨울의 마음으로 보내고 이제 봄에 도착하여 열심히 꽃망울을 준비하는 길가 나무가 우리 편이 될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러니, 우리 걸어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떠올릴 시 한편을 마음에 걸고서. 봄날 귓가에는 위아더나잇의 노래가 좋겠어요. 온종일 울다가 나서도 발걸음을 사뿐하게 해줄, 하지만 ‘울던 너의 마음 나도 알아’ 말해줄 노래. 내 곁에 서서 고양이처럼 걷지만 노을처럼 물들일 노래.
Track2. 리차드파커스-긴긴밤
Produced by Richard Parkers
All Song Written & Composed by Richard Parkers
Arranged by Richard Parkers
Keyboard 금명식
Mixing 김동성@달스튜디오
Mastering 권남우@821Sound
Album Artwork 유지인(@mayinyou)
M/V 유지인(@mayinyou)
[리차드파커스 곡 소개]
긴긴밤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둡고 막막한 밤이 굴레와도 같던 날, 이 책의 첫페이지를 열었습니다. 나무그늘 밑의 달큰한 풀 냄새와 길고 긴 밤의 달빛 향기를 거의 맡을 수 있었던 그 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노든이 되고 아기 펭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고 느꼈던 내 옆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을 때 나와 함께 걸어주는 이들의 발자국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되는 그런 밤, 이 노래가 노든의 품이 되어 당신을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현주 작가 곡 소개]
혼자 남았다는 기분이 드는 밤이 있었습니다. 낮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홀로 경계선 밖에 서 있는 기분, 햇살 속에 있어도 등이 시린 날이 있었습니다. 원하는 것은 내 마음 알아주는, 방향과 속도를 맞춰 같이 걸어갈 한 사람. 그러나, 단 한 사람 찾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요.
‘긴긴밤’. 지구상에 하나 남은 흰바위 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아기 펭귄이 바다를 향해 걷는 내용입니다. 소중한 존재를 모두 다 잃어버린 노든은 아직 어린 펭귄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 주고 싶었습니다. 둘은 걸으며 친구가 되었습니다. ‘노든을 위해 내가 흰바위 코뿔소가 되어줄게요’라고 말하는 펭귄에서 노든은 ‘펭귄의 바다’를 찾아주었습니다. 읽고 좋아서 친구 여럿에게 권하고 서점에 오는 사람들에게도 건넸습니다. 책을 읽고 돌아와 그들은 한결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내내 눈물이 났어요. 난 대체 왜 그리 울었던 걸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우리는 통과하고 있었으니까요.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친구에게 기대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친구에게 기대 걸으면 돼. 우리 곁에 있어. 그게 순리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간절하지만, 그러나 가질 수 없었으니까요. 책 한 권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가 가진 외로움과 고단을 이해했습니다. 잠깐이지만 노든이 되고 펭귄이 되었습니다.
리차드 파커스가 만들어준 노래를 며칠이고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처럼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번엔 외롭지 않고 따뜻했습니다. 노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거든요. “이리 와. 안아 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오늘 밤은 길거든.” 든든한 친구에게 기대 온기를 느끼고 있노라면 길어서 막막하던 밤이 길어서 다행인 밤이 되겠지요. 펭귄에게 노든이 있듯 그 밤, 리차드 파커스의 목소리가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듣는 순간, 바다에 가서 닿을 때까지 ‘내 발자국 옆엔 너의 발자국’이 되어 두고두고 같이 걸을 노래구나 알았습니다.
Track3. 김현창-오후
Written by 김현창
Arranged by 김현창, 허은지
Vocal 김현창
Classic guitar 김현창
Piano 허은지
Recored At DBG
Mixed by 주대건
Mastered by 전훈 at SONICKOREA (Assist. 신수민)
Artwork by 한차연
M/V 유지인(@mayinyou)
A&R Management by 박지영
[김현창 곡소개]
동경 (憧憬)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함.
[정현주 작가 곡 소개]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 아주 많이 해보았다. 새로운 사랑은 우리를 꽉 채우는 그런 사랑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사랑이다.”
허수경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 9페이지에 적힌 글입니다. 2011년 4월 17일 일기였습니다.
그러나 허수경은 우리 청춘의 시절에 불행을 담당하던 시인이었습니다. 불행이라기보다는 슬픔이 맞을까요.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닳도록 읽으며 우리는 슬픔이거나 불행이거나 아픔을 꽃으로 피어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법도 함께요.
‘가기 전에 쓰는 글들’을 건네며 ‘음악이 된다면’ 하고 상상해보았습니다. 책의 표지처럼 보랏빛일까요. 슬픔과 기쁨, 불행과 행복, 차가움과 따뜻함 중간 어디쯤 있는 색 말입니다. 뜻밖에도 저에게는 살구빛이었습니다. 벚꽃이 지는 봄날이고 서쪽에서는 노을이 물드는. 허수경 시인이 세상을 떠난 것은 10월 3일 가을이 한창일 때였습니다만, 노래를 듣고 있으니 구름 위에서 그녀가 봄을 살고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종종 그녀의 눈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허수경 시인은 1992년 독일로 떠나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았습니다. 고고학을 공부하여 발굴 현장을 다녔습니다. 눈에 폐허를 담던 사람. 만약 그녀가 우리를 바라본다면, 눈길이 우리에게 머무른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와서 닿아 일렁일까요. 분명히 슬픔이겠거니 했습니다만, 3분 34초의 노래가 이제는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사랑 안에 있습니다. 그녀는 사랑이 되었습니다. 노래가 그녀를 소녀로 만들어주어 고맙습니다. 한 번 더 청춘을 살게 될 시인은 다시 길 잃은 사람으로 살아갈까요. 사랑을 동경하는 사람으로 살아갈까요. 길 잃어도 계속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녀가 사실은 이미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앞으로 그러할 것처럼요.
Track4. 밍기뉴-작별하지 않는다
Lyrics by Mingginyu
Composed by Mingginyu, 죠(jaw)
Arranged by 죠(jaw)
Chorus by Mingginyu
Drum by 죠(jaw)
Synth by 죠(jaw)
Electric guitar by 죠(jaw)
Acoustic guitar by Mingginyu
Piano by 죠(jaw)
Mixed by 죠(jaw)
Mastered by Aepmah @AFM Laboratory
Artwork by 유지인(@mayinyou)
M/V 유지인(@mayinyou)
[밍기뉴 곡 소개]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
정말 사랑했었다고 결국에 깨닫게 되는 것들
여린 실가닥 같은 것을 어떻게든 부여잡고
보내주지 못한 적이 있다
어쩌면 지금도 나는 놓아주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음속에 말로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그에 따라 떠오르는 생명을 품고 산다
그건 내가 원치 않던 이별의 방식이었으니까
작별 인사를 고하면 정말 당신을 보내줘야 하니까.
나중에 또 만날 수 있겠지
우리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날이 온다면
어쩌면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고 싶다.
제가 진심으로 애정하는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만들게 된 곡입니다.
읽고, 쓰고, 부를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정현주 작가 곡 소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던 주인공은 자신의 고통을 보던 눈을 들어 타인의 슬픔과 사랑을 돌봅니다. 괜찮아졌을까요, 회복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더 아파졌을까요.
새 한 마리를 살리려고 제주까지 날아가 눈밭을 걷던 여윈 몸의 여인을 생각합니다. 4.3의 땅, 땅 위에 발 디디고 서서 저 아래 이름조차 모를 죽음이 쌓여 있다 느끼면서 그녀는 걸어갑니다. 홀로 있는 새를 살리기 위하여, 새 한 마리 살리자고 폭설이 내려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는 산속을, 벌판을 걷는 작은 사람을 상상해보세요. 그녀는 새를 살려냈을까요, 지켰을까요, 아니면 놓쳤을까요.
실은 걱정을 하였습니다. 이토록 아픈 글을 쓰면서 작가님은 괜찮을까, 부서지면 어쩌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안심하였습니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적혀 있었지요. 고통이며 죽음이 사랑으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눈이 쌓이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더러운 것이 모두 덮힌 순백의 세계. 녹아서는 겨우내 목말랐던 식물의 뿌리를 적시겠지요. 봄이 오면 나무에 스민 눈의 기억이 꽃으로 피기도 하겠고요.
밍기뉴가 보내온 음악을 들으며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그려보았습니다. 온통 눈인 밤길. 꺼지는 촛불. 성냥을 긋는 여인. 부러져도 다시 그어보는 손끝. 일어나는 불꽃은 꼭 꽃봉오리 같고, 작은 새의 날개짓 같고. 차가운 눈 위에 불꽃 차가운 세상 속의 희망. 밍기뉴의 목소리는 서늘하여 꼭 눈 같았으나 그 너머로 손 내밀면 작은 불꽃, 작은 새가 만져질 것도 같았습니다.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 우리를 아주 멀리까지 데리고 가는 듯한 음악이 되었네요. 고마운 일입니다. 작은 새처럼 날아가서 가서 닿을 곳, 사랑이겠지요.
Executive Producer 미러볼뮤직,레이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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