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be p=”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보면 느닷없이 파일 하나와 들어봐달라는 메시지가 와있곤 한다. 기타 한 대와 목소리 하나만 있는 사뮈의 데모곡들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전달되었다. 나는 영광스럽게도 자주 최초의 청자일 수 있었다.

그 데모곡들에는 주로 두 종류의 힘이 있다. 여러 편곡적인 가능성이 주는 기대와 설렘, 그리고 날 것 그 자체인 창작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감정선이다. 지난 사뮈의 앨범들은 주로 전자를 탐미하며 건조했던 결과물이다. 어떤 곡들은 때로 데모와 완성된 곡이 같은 곡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바뀌었는데, 이는 일종의 연출가로서의 사뮈가 점점 노련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목소리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섬세한 가창자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모습을 조금씩 유예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가을은 흐릿한 오후]는 바로 그 유예의 지점들이 오롯이 모여있다. 주로 호소하거나 소리치던 사내는 대부분의 곡에서 힘 빠진 독백같이 노래한다. 숨소리의 질감도 이야기를 건넨다. 조용히 읊조리거나 스캣을 하는 음성마저 여전히 사무친다. 악기들은 전작보다 빈 공간을 전달하는 데에 집중한 만큼 투명하고 담백하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말로도 심리적 급소를 쿡쿡 찌르고 깊숙이 투영해 왔던 사뮈의 가사를 음미하기에 이보다 좋은 앨범이 있을까. 사뮈라는 뮤지션을 조금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디스코그래피의 의미 있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여러 번 연기된 공연이 재개되던 때, 리허설 시간 텅 빈 관객석에서 마주했던 ‘동백’을 기억한다. 유난히 더 길고 추운 겨울을 관통한 것 같던 사뮈의 마음이 공연장을 애달프게 메우고 있었다. 누군가의 진심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면, 그 진심이 마치 내 것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날이 그랬다. 밤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이 계절, 이 앨범을 듣게 될 누군가도 그럴 것만 같다.

– 배상언(slvrtwn)

Credits

Produced by 사뮈
All Songs Composed & Written by 사뮈
All Arranged by 사뮈 (Track 5 with 김진수)

V & G 사뮈 (Track 1-5)
Featuring 이이언 (Track 4)
Piano 사뮈 (Track 4), 김진수 (Track 5)
C.Bass 김현규 (Track 2)
Drums 황영준 (Track 2)

Recorded by 천학주 @ Mushroom Recording Studio, 이이언(eAeon) @ Studio Mot
Mixed by 천학주 @ Mushroom Recording Studio
Mastered by 이재수 @ Sonority Mastering
Artwork Designed by 김 에테르

Publishing by POCLANOS

펼치기” a=”가을은 흐릿한 오후” y=”D1fyLkFXvto” b=”사뮈 (Samui)” c=”동백|새벽 눈|타고 흐르는|가을은 흐릿한 오후 (Feat. 이이언)|눈 쌓인 거리” d=”포크라노스” e=”2023.10.19″ f=”인디음악|포크/블루스|재즈” g=”11347259″ t=”0|1|2|4″ i=”samwi-samui” j=”사뮈 (Samui)” k=”samwi-samui” l=”pokeuranoseu” m=”indieumag|pokeu-beulruseu|jaejeu” n=”1|1|1|1|1″ o=”samwi-samui”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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